감상 (4) 썸네일형 리스트형 존 스칼지 『노인의 전쟁』 : 우리 모두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의 힘 을 읽고 75살 노인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음을 깨달았어요. 이것은 미끼 문장입니다. 책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 블로그의 얼마 없는 다른 모든 감상이 그렇듯 이건 독후감이 아니고 그냥 개인적인 헛소리이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인이 쓴 책은 원어로 읽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존 스칼지의 은 영어 원본으로 읽었다.) 사랑에 빠진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고, 그 중에 하나는 이 책이 우리가 아마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아내의 죽음'에 대하여 꽤나 명시적인 선언과 함께 시작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책의 초반부에 대한 가장 짧고 완벽한 요약으로 시작하기도 한다. "75살의 생일날 나는 두 개의 일을 처리했다. 아내의 묘지를 방문했다. 그리고 입대를 했지... 아 시는 이렇게 쓰는 거구나 쩐다 송승언 시인의 『사랑과 교육』을 선물받아 읽었다. 시보다 추천의 글이 더 흥미롭다. 나도 이런 친구들을 사귀어야 하는 걸까? "송승언이 바라보는 세계는 주체의 손길이 거세된 채 자체의 무한동력으로 회전하는 초기계 시스템이다." 필립 K. 딕이 내 투명불알 친구라고 해도 이런 평을 써주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쩐다. 나도 평소에 이상하고 의미 없는 말을 아주 많이 하는데, 거기에 나 자신(주체)의 손길이 들어가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거기에 누군가 주체의 손길이 거세된 채 무한동력 어쩌구라고 해석을 해주면 틀림없이 반할 것이다. 시인의 판이란 서로의 시와 그 해석에 대한 사랑으로 집결되고 유지되는 곳일까? 그건 자기애가 아닐까? 근데 내가 알 바는 아니다. "송승언은 조작의 세계에 한.. 이영도 작가의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 번역과 SF 이영도 작가의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는 카이와판돔이 무엇인지 의문을 가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자의 이름인가? 지역의 이름인가? SF의 세계에서 이토록 번역을 유려하게 다룬 작품은 한 번도 읽지 못했다. 외계의 언어가 재앙을 유발하고 번역가는 지구주의자들의 타겟이 된다. 박중위가 카이와판돔의 의미를 알고 웃는 까닭도 섬세한 문화와 관계의 문맥 안에 존재한다. 의미는 스포일러이므로 생략하도록 한다. 통번역 알바를 수십번 뛰고 번역학서를 검수하며 언제나 "번역은 반역이다 (Traduttore, traditore)"이라는 말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다. 카카오톡을 왓츠앱으로 번역하는 것. "Good afternoon!" 을 "안녕!"으로 번역하는 것. 육개장을 "Korean meat stew" 로 번역.. 청건 작가의 『여자친구』- 그래 봤자 무언가라는 것 (*2023년 7월 31일 내 글에 대한 나의 감상 - 다시 읽으니 정말 특별한 무언가가 되고 싶어하는 자기애적 욕망이 스크린을 뚫고 느껴지는군요. 요즘은 이런 욕망의 노출이 아주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별 것 없는 자신의 과거사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해주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최근에는 나 자신에 대하여 이런 식으로 연민을 엮어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거의 제가 생각한 것보다 저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잘 살고 있고 물론 - 다만- 그래 봤자 무언가입니다.) 청건 작가의 『여자친구』 의 소재 혹은 주인공 한나는 '예쁘고 착하게 생긴 여자애'다. 그래 봤자 예쁘고 착하게 생긴 여자애라는 것. 그 꽃무늬 액자에서 벗어날 희망이 없다는 것. 바로 그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한나는 결심을 내린다. .. 이전 1 다음